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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의 늪: 디지털 디톡스로 부정적 뉴스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

📑 목차

    밤새 나쁜 뉴스를 찾아 헤매는 '둠스크롤링'. 왜 우리는 고통스러운 정보에 중독되는지, 그 심리적 원인을 분석하고,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부정적 뉴스의 늪에서 벗어나는 4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지만,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자연재해, 정치적 갈등, 경제 위기, 끔찍한 사건 사고... 우울하고 불안한 소식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기분은 점점 더 나빠지는데, 이상하게도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비극을 찾아 아래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린다. 이처럼 의식의 흐름에 따라 부정적인 뉴스를 강박적으로 계속해서 읽는 행위를 '둠스크롤링(Doomscrolling)' 또는 '둠서핑(Doomsurfing)'이라고 한다.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의 늪: 디지털 디톡스로 부정적 뉴스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

     

    이는 단순히 나쁜 뉴스를 보는 것을 넘어, 스스로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중독적인 행동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왜 고통스러운 뉴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그 심리적 원인을 분석하고, 이 파괴적인 습관을 끊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디지털 디톡스 전략 4단계를 제시한다.

     

    우리는 왜 고통스러운 뉴스를 멈추지 못할까?: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이유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둠스크롤링을 멈추지 못하는 데에는 복합적인 뇌 과학적, 심리학적 원인이 숨어있다. 이를 이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 생존을 위한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과거 수렵채집 사회에서, 주변의 위협(맹수, 적으로부터의 공격 등)을 놓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 각인된 '부정성 편향'은 현대 사회에서 역기능을 일으킨다. 스마트폰은 전 세계의 모든 위협과 비극을 실시간으로 우리 뇌에 쏟아붓고, 우리의 원시적인 뇌는 생존을 위해 그 모든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착각하게 된다.
    • 통제력에 대한 환상(Illusion of Control): 세상에서 벌어지는 나쁜 일들을 계속해서 알아두면,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대비하거나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개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결국, 정보를 더 많이 얻을수록 세상이 얼마나 위험하고 통제 불가능한 곳인지만 확인하게 되어, 무력감과 불안감만 증폭될 뿐이다.
    • 스트레스와 보상의 복합적인 중독 회로: 둠스크롤링은 단순한 쾌락 추구가 아니다. 부정적인 뉴스는 우리에게 스트레스(코르티솔 분비)를 유발하고, 우리 뇌는 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이나 '결말'을 갈망하게 된다. 이때, 스크롤을 내려 발견하는 '새로운 정보'는 비록 그것이 또 다른 나쁜 소식일지라도, 뇌의 보상 회로에 미량의 도파민을 분비시켜 일시적인 갈망 해소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 '스트레스와 보상'의 복합적인 칵테일은 매우 강력한 중독 고리를 형성한다.

     

    이처럼 둠스크롤링은 우리의 본능과 뇌의 작동 방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함정이다. 따라서 이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의지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환경 자체를 바꾸는 체계적인 디지털 디톡스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둠스크롤링 멈추기 1단계: ‘의도적인 정보 공백’을 만드는 디지털 디톡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정적인 정보의 유입 자체를 물리적으로 차단하여, 뇌가 쉴 수 있는 '정보 공백'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둠스크롤링이라는 중독의 연료 공급을 끊는 것과 같다.

     

    • '뉴스 금지 구역' 설정하기: 하루 중 가장 정신적으로 취약한 시간대인 '아침에 일어난 직후 1시간'과 '잠들기 전 1시간'을 '뉴스 금지 시간'으로 정한다. 아침의 긍정적인 시작은 하루 전체의 기분을 좌우하며, 잠들기 전의 평온함은 수면의 질과 직결된다. 이 시간에는 뉴스 앱이나 소셜 미디어를 절대 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다.
    • 앱 타이머와 차단기 활용하기: 스마트폰의 '스크린 타임(iOS)'이나 '디지털 웰빙(Android)' 기능을 활용하여 뉴스 앱이나 특정 웹사이트에 하루 15~30분 정도의 시간제한을 설정한다. 제한 시간이 다 되면 앱이 저절로 잠기게 되어, 무의식적인 스크롤링을 강제로 막아준다.
    • 피드 환경미화: 내가 소비하는 정보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소식을 퍼 나르는 계정이나 자극적인 뉴스를 공유하는 페이지는 과감히 '언팔로우'하거나 '뮤트' 처리한다. 대신, 나의 취미, 반려동물, 예술, 자연 등 평온함과 즐거움을 주는 긍정적인 콘텐츠로 피드를 채우는 '정보 환경미화'를 진행한다.

     

    둠스크롤링 멈추기 2단계: ‘앵커링’을 통한 의식적인 스크롤링 전환

    둠스크롤링의 가장 큰 특징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자동적인 행동의 고리를 끊고, '의식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때 '앵커링(Anchoring, 닻 내리기)' 기법이 도움이 된다.

     

    • '목표' 설정하고 시작하기: 뉴스나 소셜 미디어 앱을 열기 전에,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겠다", "친구가 보낸 메시지에만 답장하겠다"와 같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스스로에게 말한다. 목표를 달성했다면, 미련 없이 앱을 닫는 연습을 한다. 이는 목적 없는 방황을 막아주는 첫 번째 닻이다.
    • '타이머'라는 이름의 닻 내리기: 무언가를 읽기 시작할 때, 스마트폰의 타이머를 5분이나 10분으로 설정한다. 시간이 지나 알람이 울리면, 우리는 둠스크롤링의 무아지경 상태에서 강제로 깨어나게 된다. 알람은 "계속 스크롤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가?"라고 묻는 역할을 한다. 이 질문 앞에서 대부분의 둠스크롤링은 동력을 잃는다.
    • '신체적 패턴' 끊기: 나도 모르게 둠스크롤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몸을 움직이는 '신체적 패턴 끊기'를 시도한다. 팔을 뻗어 스트레칭을 하거나, 찬물에 세수를 하거나, 창문을 열어 바깥공기를 쐬는 등의 간단한 행동은 뇌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자동화된 행동의 고리를 효과적으로 끊어준다.

     

    둠스크롤링 멈추기 3단계 & 4단계: 긍정적 행동으로 대체하고 현실에 참여하기

    중독적인 습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자리를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행동으로 채우는 것이다.

     

    • 3단계: '대체 행동' 만들기: 둠스크롤링을 하고 싶은 충동은 '지루함', '불안감'과 같은 특정 신호에 의해 유발된다. 이 신호를 느꼈을 때, 스크롤링 대신 할 수 있는 1~2분짜리 '대체 행동' 목록을 미리 만들어 둔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음악 한 곡 듣기', '책 한 페이지 읽기', '따뜻한 차 한잔 마시기', '가족이나 친구에게 안부 메시지 보내기' 등이다. 이 작은 행동들이 쌓여 새로운 긍정적 습관 회로를 형성한다.
    • 4단계: 무력감에서 '작은 실천'으로: 둠스크롤링이 주는 가장 큰 독은 '무력감'이다. 끔찍한 세상사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은 우리를 더욱 깊은 절망으로 빠뜨린다. 이 무력감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이다. 환경 문제가 걱정된다면 텀블러 사용하기, 정치적 상황에 화가 난다면 소액이라도 지지하는 단체에 후원하기, 사회적 비극에 마음이 아프다면 주변의 힘든 친구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이러한 작은 실천은 수동적인 정보 소비자를 능동적인 현실 참여자로 바꾸어놓으며, 둠스크롤링이 주는 무력감을 '자기 효능감'으로 대체한다.

     

    결론

    둠스크롤링은 위협에 민감한 우리 뇌의 본능과, 그 본능을 이용해 우리의 주의를 뺏으려는 디지털 플랫폼의 설계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합작품이다. 세상의 모든 비극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고 해서 세상을 구할 수는 없으며, 오직 자신의 정신 건강만 파괴될 뿐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정보의 유입을 의식적으로 통제하고, 무의식적인 스크롤링을 의도적인 실천으로 바꾸어 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둠스크롤링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자기 보호이자 현실 참여의 첫걸음임을 기억해야 한다.

     

    둠스크롤링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무지해지는 것이 두려운데, 그래도 뉴스를 끊어야 할까요?
    A. 목표는 뉴스를 '끊는 것'이 아니라, 뉴스에 '압도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한 스크롤링 대신, 하루에 한두 번 시간을 정해 신뢰할 수 있는 매체(예: 정론지, 공영방송)의 헤드라인을 훑어보는 '제한적 뉴스 소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간지나 시사 요약 서비스를 구독하여 일주일에 한 번 깊이 있게 세상사를 파악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Q. 긍정적인 뉴스만 찾아보는 것은 현실 도피가 아닐까요?
    A. 세상에는 비극만큼이나 많은 희망과 긍정적인 변화들이 존재합니다. 우리의 뇌가 부정적인 소식에 더 끌릴 뿐입니다. 의식적으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소식(과학 기술의 발전, 미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등)을 찾아보는 것은, 부정성에 편향된 시각을 교정하고 정신적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현명한 전략입니다.

     

    Q. 둠스크롤링 하는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둠스크롤링은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습관이므로, 단번에 고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책하지 말고, 오늘 제시된 4단계 전략 중 가장 쉽고 만만해 보이는 것 하나부터 다시 시작해 보세요. '잠들기 전 30분 스마트폰 안 보기'처럼 아주 작은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서 너무 힘들다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친구나 가족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전문가와의 상담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